[쓰레기 천국...] 국립공원마저 ‘폐기물 몸살’



◆사진설명 : 지난 1일 강원도 횡성 치악산국립공원 내의 취락지구에서 굴착기로 이 지역 건설업체가 몰래 파묻고 달아난 건축 쓰레기를 파헤치고 있다(위쪽).지난달 30일 평창 마전치에서는 비탈길 나뭇가지에 걸린 폐차가 발견됐다.
/김창종기자

가파른 벼랑과 험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평창군 마전치(해발 618m)의 좁은 고갯길. 총 12㎞ 구간을 돌며 취재차를 세울 때마다 비탈길 경사면에는 어김없이 냉장고, 캔 무더기, 망가진 문짝 등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나타났다. 10여m 아래 원시림 한 곳에는 냉장고 4~5대가 한꺼번에 버려진 곳도 있었다. 번호판을 떼낸 청색 ‘스텔라 1.5’ 승용차가 비탈길 옆 굵은 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기도 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산악인 김부래(50·강원도 태백시)씨는 “냉장고 처리비 1만원과 폐차 비용이 아까워 그냥 산길에 굴리고 달아난 것”이라며 “전국 방방곡곡 인적드문 산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장군봉(2108m)에서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1400㎞에 걸쳐 장쾌하게 뻗어나간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백두대간)’이 불법 쓰레기로 멍들고 있다. 경기·서울·강원 영서지방의 산림 12억 9000만평을 맡고 있는 북부지방산림관리청의 경우, 최근 쓰레기 투기 등을 막기 위해 최근 관내 201개 임도에 설치된 200여개의 목제 차단기를 철제로 교체했다. 담당직원은 “한밤중에 차단기를 부수고 숲속에 버려지는 차량을 막기 위해 시멘트 받침대까지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지자체는 물론, 환경부와 산림청은 비용과 인력을 핑계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직원리. 해발 800m가 넘는 고원에 대규모 고랭지 채소 단지가 펼쳐진 곳이다. 마을 뒤켠 그늘진 쇠곶(지하 석회암 때문에 지표가 우묵하게 들어간 지형)에 80㎏들이 미곡 포대 수십개가 절반쯤 땅에 묻혀 있었다. 백두대간보전회 김원기(46) 회장이 마른 솔잎을 헤치고 곡괭이를 내리찍자 마대가 찢어지며 꽉꽉 동여맨 폐비닐 뭉치가 쏟아져나왔다. 마대 밑에는 식기, 문짝 등 생활쓰레기가 묻혀 있었다.

규제가 엄하다는 국립공원도 쓰레기 관리는 소홀하기 짝이 없다. 1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부곡1리. 치악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30여가구 규모의 취락지구다. 이 마을 주민의 밭 한군데를 본사 취재진이 굴착기로 1m쯤 파헤치자 굵직한 벽돌 덩어리와 철근, 깨진 슬레이트와 비닐장판이 쏟아져나왔다. 1000평 남짓한 밭에 묻힌 건축 폐기물은 150t 이상. 지난 98년 10월 군도 확장공사를 벌이던 N건설이 농가와 콘크리트 수로, 버스정류장 등을 뜯어내 매립한 것이다. 이 지역 건설업자 김모(40)씨는 “산에 들에 몰래 버리면 되는데 뭣하러 t당 1만~3만원의 처리비용을 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식으로 작년 한해 전국 국립공원에서 파낸 불법 매립 폐기물은 553t. 아직 얼마가 더 묻혀 있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 정선·횡성=김수혜기자 sh-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