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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의선 복원과 도로 건설 추진 등의 영향으로 반세기 넘게 ‘금단의 땅’으로 남아있던 비무장지대(DMZ)와 그 접경지역의 개발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강원을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관광지 개발을 서둘고, 대기업들도 ‘신천지 선점’을 위해 관심을 쏟고 있다. 일각에선 퇴역군인
기념관,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 물류기지, 공업단지, 혹은 농경지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온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비무장지대와
인접지 마저 개발이란 명분 아래 무참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불행한 현대사의 대가로 얻은 소중한 자원이자 생태 보고인 만큼, 보전을
전제로 개발에 관한 엄밀하고 체계적인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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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희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임진강 댐, 장단반도 제방 등 장차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큰 공사가 벌어지고
있거나 계획중”이라며 “인삼밭을 포함해 농지 개발도 과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와 국민적 합의없이 정치적
고려에서 가시 효과가 큰 도로·철도 사업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개발이나 보존의 우선 순위를 따지기에 앞서, 남북이 협력해
생태·문화유산부터 전면적으로 조사한 뒤, 친환경적으로 종합관리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및 유네스코 등 국제 기관들도 보전에 무게를 실어 활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세계지리학회 서울대회에 온 이탈리아
밀라노대 에바 교수는 비무장지대와 관련, “통일에 대비한 토지 이용 차원에서 현재 중요한 것은 개발보다도 기존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이 248㎞, 폭 4㎞, 면적 2억7200만평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강화·파주·연천의 서부권,
철원의 중부권, 양구·인제·고성의 동부 산악권이다.
서부권에선 최근 조사에서 다양한 육상·수생 동·식물과 함께 오색딱다구리 등 11종의 희귀종 및 13종의 천연기념물이 확인됐다. 고라니와
같은 국제적 보호종과 한반도 고유종도 다수 서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지역 무인도에 사는 저어새도 세계적 희귀종이다.
고지대 평야인 철원지역은 청둥오리 독수리 등 야생 조류가 많고, 특히 두루미의 월동 서식지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수천마리 뿐인 두루미의
일부가 월동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명소이다. 동부권에선 희귀한 고지대 습지인 양구 대암산의 용늪과 그 주변 생태가 관심의 초점. 용늪은 그러나
근래 수량 감소 등 환경 변화로 크기가 점차 줄어, 환경부는 최근 일반인 출입금지를 5년 연장했다.
비무장지대 인접지역(민통선 이북)에 대한 조사는 1960년대 후반 한국자연보존연구회가 미국 지원을 받아 강원 산간의 동식물을 탐사한 것이
처음으로, 당시 열목어 등 냉수 어류와 희귀 철새들이 발견됐다. 이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조사가 계속됐고, 대상지도 넓혀졌다. 하지만 늘
‘비무장지대’가 아닌, 그 인접지, 즉 민통선과 남방한계선 사이로 국한됐다. 비무장지대 내부 조사는, 비록 파주권으로 제한됐으나, 유엔사령부의
협조를 받은 서울대팀의 최근 탐사가 처음이다.
결국 비무장지대 전역의 생태 실상을 파악한 기관도 전문가도 없다. 특히 철책선 너머 북한 지역은 완벽한 미지의 땅이나 다름없다. DMZ
자연보존연구회 박정남(박정남·58) 회장은 “중구난방식의 섣부른 개발론에 앞서, DMZ 전역에 대한 생태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말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적 북새통 속에 충분한 토의없이 통과된 ‘접경지역지원법’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고보조금
추가지원, 농지전용이나 토지형질변경 등 21개 인·허가 절차의 면제 등 파격적 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은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위해 시행령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실장은 “한반도의 마지막
원시림인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 지역을 지키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팀=이충일기자 cilee@chosun.com 김수혜기자 sh-kim@chosun.com) |